[카타콤소식 2017.1] 북한 선교,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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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선교 현장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가 보냈던 중국어 주석성경 1톤, 그러니까 876권을 받았다는 연락입니다. 소식을 받고 가슴이 뜁니다. 모퉁이돌선교회는 이렇게 하나님의 말씀을 배달하는 것이 하나님께 받은 사명입니다. 이것이 기본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면 필요한 비용은 하나님께서 주십니다. 그러니 하나님 말씀을 보내는 일에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합니다.”
2016년 12월 초 주문도 훈련원에서 한 해를 정리하며 가진 일꾼들의 모임에서 이삭 목사가 강조했던 핵심 내용이다.
31년 전부터 하나님께서 북한과 중국에 많은 성경을 배달할 수 있도록 역사하셨다. 최근 성경 배달에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을 아뢰며 기도할 때, 지금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북한에 보낼 수 있게 역사하셨던 기이한 일을 기억하게 하셨다. 그러나 성도들의 보호를 위해 오랫동안 나누지 못했다. 이제 그 많은 사역들 가운데 일부를 함께 나누고자 정리하였다.

 

톰슨성경을 북한으로 가져가다!

 

20년 전, 북한에 들어갔던 일꾼은 그곳에서 오매불망 고대하던 친척들을 만났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으로 어렵사리 만난 가족들의 모습을 보게 된 일꾼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거지도 그런 상거지가 없을 만큼 남루하고 비루한 저 사람들이 우리 가족이라고…
~~아우 내가 여길 왜 왔지?”
순간 후회가 되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안내원들의 감시 속에 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자유롭지 않았지만, 안내원이 잠깐씩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가장 필요한 것이 뭐야요? 내래 다음에 올 때 그걸 가져올 테니 말해보라요” 갑자기 이북 사투리가 나왔다. 일꾼의 말에 모두들 아무 말이 없었다. 잠깐 시간이 지난 뒤에 오라비가 말을 꺼냈다.
“성경이 필요해,
우리 모두 하나님의 말씀이 없어 애태우고 있으니…
그저 다음에 올 때 성경을 좀 가져다 달라”
일꾼은 예상치 못했던 오빠의 말에 놀라
“성경이라구요? 그거이 위험한거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성경을 구할 수만 있다면 내래 여한이 없갔어”
외국에서 왔다고 나를 보러 온 사람들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너도 나도 성경이 필요하다고 야단이었다.
한 사람이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이거보시라요, 이거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성경이야요” 아궁이 속에 감춰놨던 성경을 꺼내 온 것을 보니 손때가 묻어 누렇게 바랜 책의 모서리가 닳아 너덜거렸다. 간간이 한자로 쓰여 있고 세로줄로 된 성경이었다. 그 성경을 귀한 보석처럼 품에 안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울컥한 일꾼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가족들의 요청을 받고 돌아온 일꾼은 곧 바로 성경 30권을 구입했다.

일꾼은 다시 북한을 방문하면서 가방 하나에 30권의 성경을 넣었다. 처음 하는 일이라 다리가 후들거려 겁이 났지만 당시 북한 세관에는 엑스레이가 설치되지 않아 30권의 성경이 모두 무사히 통과되었다. 성경은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일꾼의 손을 즉시 떠나 성도들의 손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아무 일 없이 성경이 통과되니, 성경 배달이 스릴 있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6개월 후, 다시 북한을 방문하면서 모퉁이돌선교회로부터 받은 톰슨성경 30권을 처음과 같이 가방에 넣어 가져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성경 가방을 가지고 세관에 도착한 일꾼은 순간 온 몸이 굳어버렸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야~ 어떻게~~~”
지난 번에 없었던 엑스레이 기계가 구입되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온 몸에서 식은 땀이 흐르고 다리가 후들거려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앞서 있던 사람들이 한 사람씩 엑스레이에 짐을 넣고 통과했다.
다급해진 일꾼은 마음속으로
“하나님 손해입니다. 내래 이 사람들에게 걸리면 하나님 손해입니다. 하나님 손해입니다~”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러는 사이에 많지 않은 사람들이 통과되어 일꾼의 차례가 되었다.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하나님, 이거 사람들에게 걸리면 하나님 손해입니다”라고 중얼거리며 30kg의 가방을 끙끙거리며 들어 엑스레이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그 순간, ‘징징징’ 돌아가던 기계가 멈춰 서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된 것이지?’라고 속으로 묻고 있는데 정전이라는 것이다.
“아주머니, 날래 그거 끌어내려서 가져가시라요”
엑스레이가 멈춰 서 어리둥절하는 일꾼에게 신경이 곤두선 세관원이 짐을 검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빨리 가지고 가라고 성화였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꾼은 30kg이나 되는 무거운 가방을 냉큼 들어내려 두어 걸음 내디뎠는데 ‘덜커덕’하는 소리 후에 ‘징징징’ 엑스레이가 다시 돌았다. 전기가 들어온 것이다.
일꾼은 “아, 하나님이 하셨어”라고 소리를 지를뻔하였지만, 꾹 참고 미소를 지었다. 일꾼은 한 치의 오차 없이 북한 성도들에게 성경이 배달되도록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찬양하며 감격해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마중을 나와야 하는 평양의 성도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도 어려웠다. 가져간 성경이 따라다니는 안내원들에게 발각되기 전에 빨리 성도들에게 나눠주어야 하는데 큰일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그 순간 기도하는 데 하나님께서 OO지역으로 가야 하겠다는 마음을 주었다.

일꾼이 안내원에게 OO으로 가고 싶다고 하니 “아주머니 마음대로 갈 수 없습네다. 보위부 사람들하고 회의를 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거기는 왜 가려고 하십네까?”라고 물었다. “내래 거기 조카도 있고, 만나야 하는 가족들이 있습니다”라고 하니 ‘그거이 쉽지 않을 겁네다“라며 일어나 사무실 쪽으로 갔다. 조금 후에 돌아온 안내원은 아무 설명도 없이 ”떠납시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당시의 북한 상황에서는 전화 한 번 걸려면 그 지역의 인민 위원회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전화를 받는 시간에 맞춰 전화를 하고 그곳에서 와도 된다는 허락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 불가능한 일들이 일사천리로 처리가 되어 성경책과 준비해 간 보따리를 차에 실었다. 일꾼은 안내원이 성경이 든 가방을 차에 들어 올리겠다는 것도 만류하며 아주 가벼운 가방인 듯 번쩍 들어서 차에 실었다. 가방에 성경이 들어있다는 것이 발각되었다가는 일꾼은 물론이고 OO지역의 사는 가족들까지 문제될 수 있기에 차가 출발하면서부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가다가 차가 고장이 나도 안되고, 또 전복이 되도 안되고, 무사히 그곳까지 가서 이 말씀을 전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성경책을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미리부터 성령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십시오.”
차가 달리는 내내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꼭 쥔 손에 흥건하게 땀이 배었다.

드디어 몇 시간을 달린 차가 OO에 도착했다. 숙소로 정한 호텔에 도착하니 연락을 받은 가족들이 찾아와 기다리고 있었다. 일꾼은 재빨리 성경 30권과 가져간 물건을 가족들에게 주면서 곁에 있던 예수 믿는 인민 위원회 책임자들에게도 선물을 건넸다. 예정에 없던 성경책 30권을 받게 된 가족들은 기뻐하기도 전에 이것을 안전하게 가져가 보관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가족들과의 짧은 만남 후에 다시 평양으로 돌아오는 동안 일꾼은 안전하게 성경을 숨길 수 있도록 금식하며 기도했다. 후에 듣게 된 소식으로는 가족들은 가져간 성경을 아궁이 속에 감추고, 집안과 밖 구석구석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숨겨두었다.

 

한 권의 성경이 25세대에게 생명의 양식으로…

 

해방 이후 공산화된 북한에서 기독교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이 진행되었다. 이 일로 믿음을 지키던 많은 기독교인들이 처형을 당하고, 그 가족들이 산간 오지나 탄광촌으로 추방되었다. 그렇게 추방당한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집단 농장에서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갔다. 이들에게는 국가에서 지급하는 배급도 주어지지 않았다.

자강도의 00지역에 위치한 한 집단 농장에도 국가 반역자 가족으로 수모를 받으며 살아가는 성도 가족이 있었다. 그들은 구제 식량을 집단 농장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식량을 나눠주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생활에 곤란을 겪는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도왔다. 그 일이 계속되면서 성도들은 집단 농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귀한 사람들로 여겨져 25세대나 되는 가정에서 하나님을 믿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 믿음의 가정에 일꾼이 배달한 성경 한 권이 보내졌다. 이들에게 보내진 한 권의 성경은 25세대나 되는 성도들에게 생명의 양식이 되고 있다. 성도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씀을 아예 외워, 어디서든 성경 말씀이 필요할 때마다 입으로 고백했다.
복음이 철저히 통제되는 북한 상황에서 성구 암송은 발각되지 않고 가장 안전하게 성경 말씀을 지키고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고기준 목사에게 보냈던 성경은 어디로 갔을까?

 

catacomb_1701_sc012성경 배달은 비단 지하교회 성도들에게만 배달한 것이 아니라 고기준 목사와 봉수 교회에도 보내졌다.
“내 마음대로 이 성경을 써도 되나요?” 북한을 방문하던 초창기, 고기준 목사가 일꾼에게 전한 말이다. 그 후 20권의 성경을 가져가 고기준 목사에게 주었다. 그 성경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성경이 버려지거나 불태워지지 않고, 모두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리 없이 보내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방과 함께 분단되어 72년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 외부 세계와 철저히 단절되어 고군분투하며 믿음을 지켜온 북한 성도들을 위로하는 생명수가 바로 성경 배달이다. 그렇게 보내진 하나님의 말씀은 마른 땅에 내린 비가 스며들 듯이 목마름을 해갈하는 생명의 단비가 되어, 북한 성도들을 위로하였다. 북한 영혼들에 대한 하나님의 끈질긴 사랑이 일꾼들에게 부어진바 되었을 뿐만 아니라, 순종한 일꾼들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고난과 핍박을 뛰어 넘는 놀라운 믿음의 승전가를 북녘 땅에 울리고 있다. 이 사역자로 시작한 지하교회 네트워크는 더 확장되어, 현재 200여 명 이상의 사역자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2017년 새해를 맞아 하나님의 말씀의 강이 북녘 땅에 흘러 넘쳐, 굳게 닫힌 빗장이 활짝 열림으로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새 일을 통해 영광이 충만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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