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성도의 신앙고백] 주기도문을 써서 밤이고 낮이고 읽었습니다!

 

스물 다섯 살 무렵, 중국에 잠시 나가 있었을 때 예수님에 대해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북한으로 돌아가기 전날 밤, 숙소 옆에 살던 중국인 아주머니께서 ‘너 북한 돌아가서 꼭 예수 믿으라. 예수 믿어야 산다.’ 라고 연변의 사투리 섞인 말로 말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수십 년간 사상교육에 세뇌되어 있었기 때문에 예수 믿으라는 말이 썩 와 닿지 않고 이상하게만 들렸습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께서 ‘하나님은 고아와 과부의 재판장이다. 북한에 돌아가면 꼭 믿으라.’ 라고 하시는데, 밑바닥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호자가 된다는 말이 와 닿아서 아주머니에게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아주머니는 그 당시 큰 돈이었던 중국 돈 100원을 저에게 주면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알려주었습니다.

 

작은 종이에 깨알 같은 글씨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쓰고 비닐에 넣어 강을 건너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북한에 도착해서 읽어보려고 해도 자신도 없고 믿어지지도 않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중에 돈이 떨어지고 그 아줌마 생각이 나서 ‘그래, 까짓 거 한 번 해보자’ 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창문도 닫고, 불을 끄고서는 담요 안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고…’ 두 손에 쪽지를 쥐고 혼자서 중얼중얼 계속 읽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집에 친구가 놀러 왔는데 방 바닥에 굴러다니던 그 쪽지를 보고 왜 이상한 글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그 쪽지를 서둘러 숨겼고, 친구가 돌아가고 난 후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다 외우고 종이를 불에 태워버렸습니다. 이전에는 가끔씩 생각이 나면 읽던 것을, 쪽지를 외우고 나서는 불 끄고 누워서 자면서도 변소간에 앉아 있으면서도 직장에서 조회를 할 때도 계속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내가 이것을 해야 산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외울 때면 마음의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일입니다.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외우면서 하나님께 기도했더니 복권 2등에 당첨되어 녹음기를 받기도 하고, 배고플 때는 때에 따라 음식을 공급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녹음기에 당첨되었을 때는 우주 만물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이라는 분이 나를 알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격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십자가도 구원도 잘 몰랐지만, 하나님께서 그저 제가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또,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믿음을 심으셨을 뿐 아니라 그 일을 계기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하나님을 알리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녹음기를 주셨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어서, 사람들이 녹음기에 당첨된 비결이 뭐냐고 물어보면 하나님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겁이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제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알고 있던 복음은 아주 작은 것이었는데, 그 작은 것이라도 하나님께서 나누게 하셨다는 사실에 감사를 드립니다.

박릴리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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