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현장 이야기] 신약! 그것 좋은 것이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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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는 북한에 가져가 선물할 약품과 식량 등을 차에 가득 실으며 이번에 무사히 돌아 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전 훈련시켜서 보낸 기철이가 예수를 믿는 것 때문에 교화소에 잡혀가 오랫동안 있다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직접 가서 기철이가 어떤 고초를 받았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상태로 지내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친척방문을 구실로 순교 당한 남철이와 그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북한에 들어갔다.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흙먼지 풀풀 나는 길을 달렸다. 산언덕을 넘어 가는데 할머니 한 분이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몇 걸음 걷다가 쉬고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정호는 그런 할머니가 안쓰러워 차를 세우고 “할머니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물었다. 다행히 방향이 같아 자신의 옆 좌석에 할머니를 태웠다. 할머니는 인상이 온화하고 옷차림도 고왔다. 30분 정도를 가자 할머니는 손을 내저으며 “이제 우리 집 근처에 다 왔슴다.”라고 하였다. 차를 세운 정호는 가지고 간 물건 중에 아스피린 한 병을 꺼내 할머니에게 드리며 “할머니, 이건 신약인데 아플 때 이 약을 드시면 좋아요. 여기 설명서 있으니 잘 읽어보시고 드시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고마워하며 보따리에서 오이 하나 꺼내주며 입이 심심할테니 먹으라고 하였다. “할머니 제가 오이를 참 좋아 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하면서 헤어졌다.

 

그리고 기철이네 집에 도착하니 보위부 사람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기철이가 북한당국에 관찰대상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사람들이 오면 첫날은 조사가 심하였다. 정호는 가져간 물건 중에서 보위부원들이 탐내는 생활용품을 주면서 잘 봐 달라고 하자 “동무들! 잘 하고 있으라우 내래 저녁을 먹고 다시 올끼니…”라며 기철이 가족과 정호만을 남겨 놓고 자리를 비웠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 정호는 그 틈을 이용해 가지고 간 물건들과 약품을 기철이네 집 안으로 옮겼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함께 잡혀 들어갔던 남철이의 부모는 끝내 옥에서 순교를 당하였다. 어려움과 고통이 많았지만 그들은 믿음으로 그 모든 박해를 잘 견뎌내고 있었다. 좁기는 해도 가족들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것이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요 축복이라고 고백했다. 감옥에 갇혀 있으며 당했던 구타와 고문들, 변기에서 나오는 오물 냄새와 악취로 인해 구토하는 등의 고초에서 해방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 감사하였다. 그런 성도들의 모습이 정호는 애처로웠다. 그들은 둘러 앉아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감옥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큰 소리를 낼 수는 없었지만 서로 손을 잡고 찬송을 부르고 또 부르면서 감사의 기도를 하면서 그 동안 당했던 아픔과 마음의 상처 등을 위로하고 치료함을 받는 시간이었다.

 

며칠 동안 저녁마다 기철이네 집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서 나오는 길에 산길로 들어서려고 하는 길목에서 차가 멈춰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해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주변에 차를 고칠 수 있는 정비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화도 할 수 없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데 누군가가 소리쳤다.

“와 이렇게 차를 길에 세워놓고 있씁니까?”

그 소리에 눈을 뜨고 보니 이게 왠일인가? 며칠 전 차를 태워주었던 할머니였다.

사정이야기를 듣고 난 할머니는 잠깐만 기다리라며 바삐 어디로 가 버렸다. 30분이 지났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자전거를 타고 오셨다. 그 할아버지는 자전거에 연장통을 실고 와서는 차 앞의 범퍼를 열어 올리고는 손전등을 켜서 이리저리 살피시더니 “아~ 이것이 잘못되었네~”라면서 연장을 꺼내 한참을 고치셨다. 그런 후에 정호에게 “발동을 걸어 보기요.”라고 하셨다. 할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하니 시동이 걸렸다. 정호는 너무 고맙고 감사해 돈을 드리려고 하자 “뭐 그런 것 필요 없고 이거나 받아 가지고 가슈~ 우리 할매가 이것 갖다 주라고 했소.”

할아버지가 주시는 비닐 봉투 안에 오이 여섯개가 들어 있었다.

“아니, 이런 것을 어떻게 저를 주십니까? 할아버지 할머니도 드셔야지요.”

“전번에 젊은이가 준 신약 그것 좋은 것이지~ 암~ 고맙소. 그것에 대한 답례요. 어서 집에 돌아가서 추석이나 잘 지내시우~”라는 할아버지의 인사에서 정호는 신약성경을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일주일 동안 북한을 방문해 어려움 가운데 있는 성도 가족을 만나고 무사히 중국 땅에 들어서는 순간 안도감이 가슴에 몰려왔다. 오늘 따라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솜씨가 중국 땅 저녁노을을 더욱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 채워 놓았다. 국경을 지나 세관을 뒤로하고 넘어 와 큰 길로 차를 몰고 나오는 순간 북한에서 긴장했던 것이 풀리면서 피로가 몰려 왔다. 그런데 마음만은 하늘을 날아갈 듯 가볍고 기쁨으로 넘쳐났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콧노래가 절로 났다. 이번 북한방문에도 주님의 인도하셨던 은혜에 감격하여 찬양했다.

“하나님~ 지금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마저 상쾌하네요~ 고난 중에 있던 형제들을 위로하고 돌아오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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