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아바지… 우리 영권(가명)이가 그저 안전하게 잘 살게 해주십시오… 아바지…”

 

생계를 위해 일하느라 중국에서 잠시 머물던 영권이는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어머니께서 이렇게 중얼거리던 모습을 떠올리며 힘을 내고는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영권이는 함께 일하는 동료인 동춘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성경공부를 하는 곳에 가게 되었다.

 

“이야, 이 많은 사람들이 여기 모여서 무얼 보고 있는기야? 이거이 성경 아이가?”

 

처소에는 서른 명 남짓한 사람들이 가득 모여 앉아 성경을 읽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성경을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얼떨결에 그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게 된 영권이는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고, 그들이 믿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기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달이 지나고, 12월 중순이 되자 영권이는 중국에서의 일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국경을 넘어 기차를 타고 고향역에 도착하자마자 어떤 청년이 영권이의 손에 손바닥 반만한 까만책을 쥐어주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레 책을 펼쳐보니, 첫 페이지에는 ‘마태복음’이 인쇄되어 있었다. 눈 깜짝할 새 사라진 청년의 등을 바라보며, 영권이는 손바닥 속의 성경책을 감춰 주머니 속에 숨기고 집으로 향했다.

 

“어머니, 저 왔어요. 영권이에요.”
“아이고, 우리 아들. 어디 다친 데는 없고?”
“그럼요 어머니, 아버지께서 저를 지켜주셨는 걸요.”

 

어머니는 영권이의 말에 흠칫 놀라 뒷걸음을 쳤지만 애써 모른 척 하는 기색이었다. 뜨끈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아랫목에 몸을 녹인 영권이는 어머니를 불러 앉혔다.

 

“어머니, 혹시 성탄절이라고 아십네까?”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정신이 나갔니?”
“어머니 솔직히 말해보십시오. 내래 중국에서 예수님을 믿고 돌아왔습네다. 저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는 떼어버리고, 예수님 초상화 걸어놓자요.”
“제발 좀 목소리 좀 낮춰라. 어째 우리 집안을 몽땅 죽이자는 것이니?”

 

영권이의 예상치 못한 말에 어머니는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눈물을 흘렸다. 영권이는 어머니의 손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머니, 내일이 성탄절 아닙네까.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서 이 땅에 오신 날이라구요. 어머니, 그동안 ‘아버지’를 부르면서 중얼거리던 말이 하나님을 부르며 기도하던 것이었지요?”

 

그제서야 어머니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내 너희들에게 흠이 될까 봐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외할머니가 교회 집사였을 적에 나도 너희 할머니를 따라 교회에 다녔었다. 누구한테 말을 하지는 못해도 늘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하고, 그렇게 하나님을 믿어왔지.”

 

“어머니, 내래 중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힘든 일 있을 때마다 어머니의 그 기도가 생각나지 뭡니까. 하나님의 이끄심이었는지, 중국에서 한 목사님을 만나서 복음을 듣고 돌아왔습네다. 복음을 듣고 보니, 어머니께서 지난 번에 밭에서 주워오셨던 주황색 풍선에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쓰여 있던 말씀이 번뜩 생각나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 그동안 답답해서 어찌 사셨습니까? 어머니…”

 

영권이와 어머니는 부둥켜 안고 감격과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하나님께 기도 드리며,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기념하는 성탄의 기쁨과 감격을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