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소식 2018.2. 특집] 시리아난민촌을 통해 보는 한반도 통일

 

 

죽음의 산을 넘는 사람들

 

“남편은 장사하는 사람이었는데 담배를 폈다는 이유로 IS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제가 넷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습니다.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그 땅에서 살 수가 없어 어린 아이들 넷을 데리고 집을 떠났지요. 칠흑 같은 밤에 죽음의 산으로 불리는 거친 산을 갓난아이를 업고, 세 아이와 5시간 이상 걸었습니다. 멈추면 죽음이니 무조건 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먼저 온 언니 집에 1년이 넘게 얹혀 살았는데, 선교사님이 방문해 기도를 해 주신 후에 일자리가 생겨서 집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네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과부의 집은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 있는 벽으로 둘러쳐진 작은 방 하나 뿐이었다. 전기는 너무 약해 불빛이 침침하고, 카펫이 깔린 바닥에 기름 난로 하나가 전부였다. 엄마가 일하러 가면 11살, 8살, 5살 아이들이 3살 된 막내를 돌봐야 했다. 막내 아이는 영양실조가 심해 자다 일어났는데도 울지도 않고 힘없이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 한창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일 나이의 아이는 밖에 데리고 나갔는데도 초점 잃은 눈으로 한곳만을 응시했다. 생기 없는 아이의 모습은 굶주려 죽어가는 북한아이들의 모습과 흡사했다.
현재 레바논에는 죽음의 산을 넘어 온 시리아 난민들 150만 명이 살고 있다. 이들 중에 30만 명만이 노동력이 가능한 성인이고 나머지는 노인과 어린 아이들이다.

 

2012년, ‘내가 통일을 이룰 것이니 준비하라!’는 하나님의 말씀 이후 모퉁이돌선교회는 2014년부터 통일 전, 통일 시, 통일 후 단계별로 선교전략을 세우고 세계교회와 연합해 피 흘림 없는 복음통일을 준비해 왔다. 지난 33년 동안 북한선교를 감당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준비 사역을 구체화 하는 동안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2016년부터 아랍지역에 성경배달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셨다. 터키, 이란, 레바논, 요르단 등의 아랍 여러 나라에 많은 양의 성경과 만화메시야가 보내졌다. 특별히 레바논과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촌에 아랍어성경과 아랍어 만화메시아가 보내졌다. 이를 계기로 통일을 준비하며 진행된 ‘지역사회개발’ 훈련캠프를 3회 실시하는 동안 난민촌 사역을 감당하는 현지 일꾼이 2회에 걸쳐 강의를 맡아주었다. 그리고 본회에서 통일 시를 대비해 재난구조훈련을 수료한 분들이 난민촌으로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나아가 난민촌에서 사역하는 일꾼의 요청에 따라 지난 12월, 본회 어린이 사역을 담당한 일꾼들과 자원사역자들 4명이 레바논에 위치한 시리아 난민촌의 사역을 진행하였다.

 

어린이팀은 대가족이 모여 사는 다른 가족을 방문했다. 난민촌에서는 그래도 좋은 천막집에 사는 그 가족은 레바논에 온지 6년이 되었다고 했다. 힘든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가장이 “1년 안에 떠나 온 고향으로 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계속되어 6년 동안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비극적이고 끔찍한 상황의 시리아 내전은 오랜 시간 계속되고 있다. 내전으로 인해 국가를 잃은 시리아 난민들의 마음은 가난해질대로 가난해져 있다. 하나님께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일꾼을 준비시키고 그들로 이들을 향해 다가가도록 역사하셨다.

 

 

평일에는 학교, 주일에는 교회가 되는 컨테이너

 

대규모의 시리아 난민이 몰려들자 하나님께서는 아랍어가 준비된 J선교사 부부를 사역에 부르셨다. 이들은 먼저 난민촌에 떠도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보건교육 등 기초적인 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10명, 20명, 30명 늘어나면서 장소가 필요했다. 수소문 끝에 땅을 임대해 컨테이너를 놓고 아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은 오전 80명, 오후 40명이 모이는 학교가 되었다. 시민권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난민 어린이들에게 센터는 학교이자 교회요, 놀이터이다. 1~2교시에 아랍어 글씨를 공부하고 3교시는 예배를 드린다. 어려서부터 예수님을 알도록 가르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아이들을 가르칠 믿음이 있는 아랍인 교사들 5명을 세울 수 있게 도우셨다. 뼛속까지 이슬람을 신봉하는 무슬림 교사 5명에게 복음을 전해 이들이 예수를 영접한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세워지는 과정에서도 하나님은 역사하셨다.
교사 중 한 명은 자신이 살던 시리아 동네에 화학 폭탄이 터져서 가족들이 모두 몰살 당했다. 그 일로 레바논으로 와 친구 집에 얹혀사는 그녀에게 J선교사가 복음을 전했다. 그 때부터 그녀는 “하나님 살아계심을 알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그녀는 선교사의 기도를 받을 때 하나님이 계심을 체험하게 되었다. 지금은 매일 아침마다 교사들과 함께 찬양과 기도와 말씀으로 예배하고, 성경공부를 하면서 믿음이 성장해 가고 있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House of Love’

 

어린이팀이 처음 학교를 방문한 날은 예배가 있는 주일날이었다. 예배가 시작되기 한참 전인데도 많은 아이들이 센터에 일찍 도착하여 예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먼 곳에서 자신들을 위해 찾아온 네 명의 선생님들을 환영해주며,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과 발짓을 동원하여 의사소통을 시도했다.

선교사님 가정과 학교 선생님, 아이들로 빽빽한 교실에는 큰 목소리의 아랍어 찬양이 울려 퍼지고, 아랍어로 선생님들이 사도신경을 선창하면 아이들이 따라 외쳤다.
선생님이 “대표기도 할 사람?”이라고 하자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들었다. 손을 든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대표기도를 하는데 권사님이나 장로님들처럼 거침없이 기도했다. 중간 중간 ‘꼬레아’를 외치며 한국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었다. 어린이팀이 준비해간 예수님의 사랑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진다는 주제의 스킷 드라마를 보는 아이들은 집중해서 보았다. 선교사님의 설교가 있은 후, 기도를 하고 한 시간 남짓의 예배가 끝나자 소그룹으로 나누어 공과공부를 30분 정도 진행했다.
주일학교가 모두 끝나고 이번에는 어린이팀이 준비한 공동체 활동 시간을 가졌다. 이곳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일거리를 구하러 나간 부모들로부터 거의 방치되었기 때문에 규칙을 이해하고 준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처음 어린이팀이 아이들에게 게임의 룰을 설명했을 때, 선교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어려운 게임을 힘들어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회 어린이팀은 그간 어린이들을 돌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리아 난민 아이들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선교사를 설득했다. 통제가 잘 되지 않아 조금 느리고 서툴렀지만 아이들은 결국 규칙에 따라 게임을 해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선교사 부부는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규칙을 이해하고 활동할 수 있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습니다.”라며 놀라워 했다. 동행한 자원사역자 형제는
“시리아 난민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보다 규칙을 이해하는데 많이 느립니다. 그렇지만 이 아이들도 이런 게임을 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계속하면 되겠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아이들은 이렇게 예체능 활동을 통해 규칙을 배우고 서로를 응원하며 공동체성을 학습했다.

 

 

마음이 가난하고 상처받은 영혼들이 복음으로 자유하고

 

첫날 선교사를 따라 차를 타고 난민촌으로 들어가는데 불빛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깜깜했다. 가로등 조차 없어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흙길을 걸어갔다. 철판으로 지은 집에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가 보니, 거실 정 가운데에는 기름 난로가 불을 밝히고 있었고 추위를 막기 위해 벽에 붙여 놓은 은색 빛깔의 스티로폼이 반짝였다. 그 집에 어린 아이가 다섯이었다. 선교사는 어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친구, 친척 등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기 때문에 개종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런데 선교사가 복음을 전할 동안 어린이팀이 아이들과 놀아주며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조성하면 오히려 선교사의 복음 제시에 반응하기 쉽고, 부모 세대가 아이들을 돌보는데 신경을 쏟지 않아도 되니 복음을 듣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다. 어린이팀이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선교사의 복음을 듣고 세 사람이 예수님을 영접하는 역사가 일어났다.
다음 날, 다시 선교사와 함께 한 가정을 찾아갔다.

“예수님을 당신의 구주로 영접하면 알라를 버려야 하고, 핍박을 당할 수도 있으며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예수님을 믿고 당신의 구주로 모시겠습니까?”
“예, 그래도 나는 예수님을 구주로 믿겠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고 난 뒤 선교사로부터 복음을 듣게 된 여인은 거리낌 없이 예수를 믿겠다고 고백했다. 믿음을 결단한 여인은 선교사를 따라 영접기도를 했다.
1년 반 전에 레바논의 난민촌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여인을 위해 다 같이 기도하고 위로해주었다. 놀랍게도 모든 기도가 끝나자, 깊이 잠들었던 아이가 일어나고 근처에 사는 여인의 언니 가족이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 집을 나오며 복음 전할 수 있는 완벽한 상황을 허락하시고 구원의 은총을 베푸신 하나님을 찬양했다.

 

이슬람을 신봉하는 무슬림들이 개종을 한다는 것은 죽임을 당할 수도 있기에 선교사는 영접시킬 때 항상 기도를 하기에 앞서 누구에게든 “당신이 영접하면 핍박을 당할 수도 있다. 죽을 수 있는 위험도 있는데 진짜 예수님을 믿고 당신의 주인으로 모시겠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그러하기에 이슬람 선교를 10년 이상해도 한명을 전도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데 시리아 내전으로 집과 가족을 잃고 고향을 떠나온 난민촌에서는 마음이 가난해질 대로 가난해져 있어 복음을 전할 때 예수를 영접하고 진정으로 자유하는 수많은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굳게 닫혀 있어 외부인들과의 접촉이 불가능했던 북한에 심각한 식량난으로 인해 350만 명 이상이 아사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탈북해 복음을 듣고 영생하는 복을 누렸던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고서는 설명될 수 없는 일들이다.

 

 

어린이 사역, 부모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접촉점이 된다!

 

컨테이너가 있는 센터에 오는 아이들은 예외 없이 반복적으로 복음을 듣게 된다. 아이들의 마음에 예수 그리스도가 깊이 심기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이번에 어린이팀이 준비해간 구슬로 복음팔찌 만들기를 할 때도 아이들은 구슬을 하나하나 끼우며 이 땅에 오셔서 우리 죄를 사하시고 천국을 선물로 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배웠다. 복음팔찌를 만든 후 “얘들아, 너희들이 믿었던 알라를 버리고 예수님을 믿을 사람은 손을 들어 볼래?”라고 묻자 아이들은 저마다 손을 든 채로 영접기도를 따라했다. 각자 두 개의 복음팔찌를 만들어 집으로 가져갔다.
다음날, 학교에 온 한 여자 아이는 집에 가서 엄마 아빠에게 예수님 이야기를 들려주었노라고 자랑했다. 어린 마음에 복음팔찌를 누군가에게 주는 것을 아까워 할만도 한데, 자기의 것을 아낌없이 나누며 복음을 전한 것이다.
“센터에 오는 아이들이 부모님들과 연결고리가 되어, 복음을 전할 접촉점이 생기고 있습니다.” 선교사는 센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학부모들을 초청해 예수영화 등을 보여주면서 끊임없이 복음을 전한다. 아이들에게 글자를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고 사회성을 교육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전해진 복음이 결국 시리아 난민 전체로 확장되게 하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훈련된 어린이 사역자가 필요하다!

 

“방치되어 있는 수많은 난민촌 어린이들을 센터가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고, 함께 사역하는 선생님들도 난민 출신이 많아 다들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센터에 오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많아서 포화 상태입니다. 선교사님처럼 하나님과 마음을 같이하여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을 교육하고 복음 전할 수 있는 훈련된 사역자가 절실히 필요해 보였습니다.”
재난 상황에 처한 레바논 난민촌을 방문하고 돌아온 어린이팀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특별히 선교사는 다양한 사역이 가능한 팀을 구성해서 참여할 때 효과적인 사역이 될 수 있는데, 음악, 체육, 미술, 놀이 등의 각자 역할이 팀으로 구성된 분들이 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페인트 칠, 아랍어 등 단순히 어린이 사역뿐만 아니라 종합적으로 구성된 팀들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통일 후 사역을 예행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이번 사역을 통해 통일 시 북한 어린이 사역을 위해서도 훈련된 사역자들이 준비되어야 하는 필요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본 선교회의 소야 간사는 “북한의 문이 열렸을 때 아이들이 많이 몰려올 것을 염려했었는데, 이번 사역을 통해 교사 4~5 명이 100~120 명의 아이들을 다루는 것을 보고 ‘실제로 가능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라고 고백했다.
이번 난민촌 사역에서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많은 아이들이 몰려올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지금부터 상황에 따른 방안들을 준비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훈련된 사람들이 사역을 하게 될 터인데, 레바논에서 현지 교사들을 중심으로 학교가 세워진 것처럼, 우리도 어린이 사역자들을 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역자들에게 필요한 성경공부 교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에 우리가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한 내용과 현실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서서히 알아가며 그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라는 아리엘 간사의 고백과 같이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많은 것을 학습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아가 시리아 난민촌 사역의 참여를 통해 성경을 배달하고, 전도훈련과 재난 시에 화장실과 식수대 등을 설치하고, 보건, 교회건축, 재난구조 등 지금까지 준비해 온 통일준비가 어떠한지를 실제적으로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께서 통일을 주실 때 우리가 준비된 만큼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시리아 난민촌 사역을 통해 어린이사역 뿐만 아니라 12분야의 모든 사역에 잘 훈련되고 헌신된 사역자가 많이 세워짐으로 그들을 통해 이 민족 가운데 하나님의 복음이 충만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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