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자편지] 여러분의 이웃은 누구입니까?

“아빠 이름이 뭐예요?” “아빠가 없어요.”
“아빠는 없어도 아빠 이름이 있잖아요.”
“아빠 이름은 몰라요. 엄마에게 물어보니 엄마도 아빠의 이름을 모른대요. 아빠는 죽었대요.”
탈북한 한 여인이 낳은 아이의 대답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 아이는 인신매매로 팔린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입니다. 엄마는 그 아이를 한국으로 데려왔습니다. 초등학생 아이는 중국인 아버지와 북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 한국에 온 아이는 우리말도 서툴고 중국말도 잊어가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서울의 모 교회가 세운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한 달에 한번 주말에 엄마를 만나게 됩니다. 탈북자인 엄마는 노동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보고 싶어 만나지만 아이는 엄마를 만나는 것이 힘이 듭니다. 북한식 문화와 어정쩡한 중국문화 그리고 남한문화가 뒤엉켜 있어 소통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어쩌다 만나는 엄마는 아이들과 소통에 어려움이 따를 때 야단을 치게 되고 그럴 때마다 엄마와 아이는 다투게 됩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아이는 어느새 사랑을 주는 선생님으로부터 복음을 듣고 신앙생활을 이어갑니다. 선생님들은 이 아이들을 정말 사랑으로 키웁니다.

 

어느 날 저는 그런 아이들 몇 명을 불러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헤어지려는데 갑자기 한 아이가 제게 달려와 꼭 안겼습니다. 그 아이가 학교에 돌아가 자랑을 하더랍니다. 저는 이 아이들 몇 명을 데리고 미국여행을 곧 떠나려고 합니다. 미국을 원수의 나라로 배운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을 잘 키워서 하나님의 사람들로 세워가고자 하는 소망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 해 동안 탈북아이들을 데리고 미국 여행을 해 보았습니다. 그 아이들이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직접 운전을 하며 여러 지역을 동행해야 하는 일정이 힘들지만 이런 일로 사람을 키우고 열매가 맺는 것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 북한을 바라보며 기도할 장소가 결정되었습니다. 폐교이지만 수리해서 뜻하시는 분들이 모여 기도하고 머물다 갈 곳입니다. 예배하고 훈련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기도를 가르칠 것입니다. 탈북 청소년들을 모아놓고 함께 하나님께 아뢸 곳이 될 것입니다. 상처받은 이 아이들을 도와서 함께 이웃으로 갈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훈련원을 구입하고 수리하고 리모델링하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벽돌 하나 유리창 하나 시멘트 한 포대를 필요로 합니다. 하루하루의 일을 위해 수고할 자원사역자도 필요합니다. 예배실과 기도실을 만들어야 합니다. 식사준비를 위한 주방시설과 식당도 만들어야 합니다. 화장실도 만들어져야 하겠지요. 예배하러 와서 머물고 갈 숙소도 만들 것입니다. 이런 일들은 우리의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 저는 이번 초막절(우리의 추석과 비슷한 기간)에 이스라엘 가는 일을 포기하고 노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나무를 자르고 치우고 청소하는 일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이웃들을 돌보기 위한 작업에 동참하려고 합니다. 이스라엘에 가지 못하는 것이 섭섭하기도 하지만 이웃을 돌보려는 마음입니다.

 

황해도 신천은 저의 아버님이 태어나신 곳입니다. 큰 아버님은 딸을 셋을 낳으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 딸 중에 하나가 공산당 당원이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사촌 누님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는 그 누님과 헤어진 후에야 그가 제 누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님에게 복음을 전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저는 조선 기독교 연맹의 강영섭 목사님께 복음을 전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나도 용서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던 그 목사님은 저의 이웃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이웃은 누구입니까?
여러분은 여러분의 이웃을 모른 체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선한 사마리아 사람에게는 기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데나리온이 있었습니다.
선한 사마리아 사람은 그 기름과 두 데나리온을 주고 약속하고 헤어집니다.
혹시 여러분에게 주어진 그 기름은 이웃을 돕기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닐까요?
저는 제가 미국에 집회를 위해 갈 때마다 제 이웃인 북한에서 온 아이들과 탈북인들을 데리고 여행을 합니다.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은사요 기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빠 이름을 몰라요”라고 대답하는 아이의 눈이 눈물에 젖어 붉어지는 것을 보고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와 함께 이웃을 위해 기름을 준비할 선한 사마리아 사람을 찾습니다. 주님이 여러분에게 허락하신 이웃은 누구입니까?

 

2018년 7월 16일
무익한 종 이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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