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현지에서 진행될 선교학교 준비를 위해 사역 중인 선교사를 방문하러 가기 전 “이번에 가서 무슨 일을 하죠?”라고 물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소리는 “이삿짐을 날라야 합니다.”라는 것이다. “이삿짐을 나른다고? 그런 것쯤은 얼마든지…”라고 자신했다.
며칠 후, 이스라엘에 도착해 눈부신 파란 하늘의 아름다움에 감탄한 것도 잠시, 어마어마한 이삿짐의 양을 보고 놀랐다. 곧 바로 4~5일을 계속해 선교센터로 이사하는 것을 도왔다. 이스라엘은 세입자가 떠날 때 그 전의 상태로 해 놓아야만 한다고 해서 살았던 짐을 모두 빼낸 후 벽에 페인트를 칠했다. 그런 다음 이사한 선교센터의 입구 철문을 하얀색 페인트로 칠하고, 들어오는 계단에 오르내릴 때 넘어지지 않도록 손잡이가 있는 펜스를 설치하고, 센터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에 물을 주는 등 아름답게 꾸미는 일을 했다. 3층 건물로 되어 있는 선교센터 1층은 이스라엘에서 사역하며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소통하지 못하는 것으로 자칫 우울증에 빠질 수 있는 선교사 사모들을 위한 히브리어 초급, 중급, 회화까지 공부와 교제가 이뤄지고, 2층에는 도서관과 방송실 그리고 작은 강의실과 게스트 룸이, 3층에는 마가의 다락방처럼 기도와 예배의 장소,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이 있었다. 선교사 사모들과 자녀들에게 필요한 공부와 교제의 공간으로 사용되는 것만으로도 선교센터는 분명 복된 곳으로 생각되었다. 떠나오기 마지막 날 저녁에는 3층에서 열린 기도회에 참석했다. 시간이 되자 하나 둘 사역자들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며 들어왔다. 찬양을 하고 기도하기에 앞서 서로 기도 제목을 나누었다.

“사역을 감당하며 요즘처럼 힘들었던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역이 어려우니 현지 성도들과의 관계도 힘듭니다. 하나님의 강권하시는 은혜 가운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아랍인들에게 복음전하는 선교사가 기도 제목을 나누자 모인 선교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였고, 자신의 일처럼 간절하고 뜨겁게 기도하였다.
그리고 또 다른 선교사는 “아내가 많이 아파 여기에서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급히 한국으로 가서 치료 중에 있는데, 건강이 속히 회복되어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라고 기도 제목을 나누자 그 곁에 앉아 있던 분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조OO 선교사의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횡경막에 구멍이 있어 모든 장기들이 위쪽으로 모여지고 폐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태어나 자가 호흡을 할 수 없어 에크모(ECMO)란 기계에 의존해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횡경막의 구멍을 막고 모든 장기들을 자기 자리로 보내는 수술을 할 예정인데, 폐가 1주일간 더 자라야 한답니다. 창조 셋째 날 아버지의 말씀대로 물이 모여 뭍이 드러난 것처럼 장기들이 창조질서대로 위치 조정이 되고, 46%의 폐 크기와 기능이 온전해질 수 있도록 하나님께 집중 기도해 주세요.”라고 했다. 그 곳에 모인 사역자들 모두 자신의 아이가 아픈 것처럼 하나님께 기도하였다. 그 모습은 마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이 긴급 환자를 구급차에 싣고 후송하는 것처럼 하나님께 긴급 구호를 요청하는 엠블런스 내부처럼 느껴졌다.

이스라엘은 예수님이 태어나고 자라고 사역하셨던 축복의 땅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대부분의 유대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인정하지 않는 척박한 선교지이다. 그곳에 보냄 받아 사역을 감당하는 선교사들과 가족들에게 끊임없이 환경, 건강, 영적 공격으로 인해 치열한 영적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선교센터는 선교사들과 그 가족들이 모여 기도하는 은혜의 장소가 되었다.

  

“이스라엘에 한인 사역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역을 개인적으로 할 뿐 함께 모임을 갖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모퉁이돌의 선교센터가 생기면서 정기적으로 기도회를 갖게 되었고, 영적인 것뿐만 아니라 마음과 육체적으로도 쉼을 얻고 위로를 받습니다.”
“저는 교단파송을 받아 왔는데 한번도 아무런 대가 없이 섬김을 받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공동체가 센터를 개방해 선교사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사역 혹은 가정적으로 힘들어하는 문제들을 도와주고, 심지어 생활의 필요 등도 채워줍니까? 그런데 여기는 언제든 열려 있어 받아주고, 나누고, 협력하니까 정말 위로가 됩니다. 그뿐인가요? 늦은 밤이나 새벽이라도 필요한 아랍어 성경, 히브리어 만화 메시야, 전도지 등을 요청하면 어느 때든 오라고 합니다.” 큰 원으로 둘러 앉아 서로의 사역과 삶을 나누며 기도 부탁을 하고 또 기도하는 선교사들의 진지한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뭉클하고 감사했다.

 

기도회를 마치고 밝게 웃는 얼굴로 돌아가는 사역자들을 보며 문득 여기 선교센터가 없었다면 이 분들은 어디서 모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고 지친 사역자들이 모여 기도하고 사랑을 나누며 위로 받는 일만으로도 선교센터는 선교사들과 그 가족들에게 육적, 영적인 떡을 떼며 주의 사랑을 나누는 안식처이고, 복음의 능력을 장전하는 다락방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전하는 진지였다. 이 일을 우리에게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더 큰 입을 열어 머지않아 이스라엘의 모든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라 시인하며 찬양하는 그 날을 기도하고 소망한다.

김나훔(본회 이스라엘 선교학교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