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 특집1]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생하는 북한지하교회(2019.02)

모퉁이돌선교회가 북한선교를 감당해 온 지난 34년 동안 하나님께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복음을 전하도록 역사하셨다. 핍박을 받으며 믿음을 지켜온 성도들에게 성경을 보내 위로하게 하셨고, 식량을 구하러 중국에 나온 백성들을 먹을 것과 말씀으로 돌보게 하셨다. 그리고 예수를 영접하고 북한으로 돌아간 성도들을 통해 가족과 주변에 복음이 증거되고 지하교회가 세워지게 하셨다. 그러나 최근 북한 내부는 물론이고 주변까지도 감시와 통제가 삼엄해 선교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하나님께 올려드리며 기도하는 중에 “2019년에는 북한 지하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생하도록 하라“고 말씀하셨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북한 성도들은 마음 놓고 모일 수도 없고, 소리 내어 기도하거나 찬양할 수도 없으며,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목회자도 없다. 북한은 17년째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선교의 중요한 요충지이며 통로가 되고 있는 중국까지 기독교 핍박을 강화하면서 선교사들이 추방되거나 입국 거부를 당하고 있어 북한 선교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 2019년 새해, 현장 일꾼으로부터 북한 성도들이 예배하는 짧은 영상과 편지 몇 통을 받았다. 그중 누런 편지 한 통을 꺼내 펼쳤다.

 

 

아버지만 의지하며 말씀대로 순종합니다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기며

하나님의 일을 진척시키고 있습니다. 위치상으로 정말 둘도 없는 좋은 자리입니다. 매일 저와 우리 가정은 그 산지를 저희에게 달라고, 앞으로 거기에 아버지가 제일 기뻐하시는 교회를 세울 수 있도록 간절히 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여기 있는 성도들 모두 각각 믿음의 분량대로 쓰임을 받게 해주십니다.
모든 것을 제일 높으신 하나님께 맡기고 물어보고 말씀하시는 대로만 하겠습니다. 어려움이 있지만 그것을 나에 대한 고난과 연단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돌이켜 보며 감사함으로 앞으로만 나아가겠습니다. 제가 맡은 소명과 믿음 활동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해나가겠습니다.

 

북한에서 교회를 세울 장소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물리적인 환경상 그럴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은 견고한 여리고 성을 취하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13바퀴를 돌고 마지막에 함성을 외쳤던 이스라엘 민족과 같이, 정복한 가나안 땅을 지파별로 분배하는 여호수아를 향해 험한 헤브론 산지를 내게 달라고 한 갈렙과 같이, 하나님이 보게 하시는 그곳에 교회가 세워지기를 믿음으로 기도하며 행동한다. 그 믿음은 오늘만이 아닌 장래까지 바라보게 하시는 하나님 안에 있기에 가능한 기도이며 간구이다.

 

하나님의 손을 꼭 잡고

여러 형제들의 뜨거운 바래움 속에 무사히 도착하였습니다. 저의 사소한 것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신 형제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 아버지가 바라는 큰일들을 더 잘하라는 당부로 마음 깊이 새기고 하나님의 일을 해나겠습니다.
이번에 조선의 심장부까지 올 때에도 오직 하나님 아버지만 바라보며 그 손을 꼭 붙잡고 담대히 나왔는데, 다른 사람들은 열흘에서 한 달 전에 기차표를 예약하거나 덧돈을 주면서도 구하기 힘들다던 차표를 하나님께서 제가 나갈 수 있게 예비해 두셨고, 또 세관을 통과할 때는 며칠만 늦어져도 벌금을 물고 다시 출국 수속을 하는데 저는 6일이 늦어졌음에도 크고 높으신 하나님의 능력으로 출발 시간보다 30분이나 늦었음에도 멈춰 세워 놓고 탈 수 있게 놀라운 력사를 체험하게 하셨습니다. 이번에도 또 살아 계셔서 력사하시는 우리 하나님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낫지 않던 변비도 돌아와서 낫기 시작해 이제는 변비란 말조차 잊게 해줍니다. 내가 낮아지고 또 낮아져야겠다는 마음을 성령님이 주시었습니다. 저의 믿음생활에서 거대한 변화를 가져온 나날이었습니다.

 

편지지의 빨간 줄을 따라 반듯하게 쓰인 필체의 수려함에 감탄이 절로 났다. 이 북한 성도는 사람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의 손을 붙잡는 것처럼 하나님을 의지하고 동행했다. 신실하신 하나님은 그런 성도들에게 자신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아니하셨다. 북한 성도의 편지에는 하나님께서 원수의 목전에서 베풀어주시는 상으로 인해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찬양이 흘러넘쳤다. 또 다른 편지를 펼쳤다.

 

기도로 성령 충만을 구하고

여기서 나의 기도는 오직 말씀에 있는 바와 같이 “영혼이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하지 않은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를 붙잡고 “오늘 내가 주님을 위한 일에 얼마만큼 시간을 바쳤는가? 그 일이 내 생각이 아니고 주님이 기뻐하시는 것인가?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며 순종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성령님께서 제가 할 일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시고 지혜를 주옵소서. 매일 새벽 기도와 묵상과 말씀으로 제가 성령 충만함을 받고 하나님의 일을 하는 저의 안전을 책임져주시고 그 일에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시고 시험에 들지 않게 해 주시고 오직 언약궤만 바라보며 나가게 해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입니다.

 

파란색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북한 성도의 신앙 고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철저하게 하나님을 대적하고 감시하는 북한 사회에서 매일 새벽 기도를 드리고 하나님을 묵상하며 성령 충만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기를 구하고 있다. 또한 하나님께서 안전을 책임져 주시기를 간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하나님의 교회가 세워지도록 행동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1,200구절 성경을 암송해 양식으로 삼고

 

북한 성도는 편지와 함께 작은 수첩도 보내왔다. 검은색 커버로 씌워진 손바닥 크기 만한 크기의 수첩을 들어 펼쳐보니, ‘우리 가정 성경 암송 요절책 1,200요절’이라고 굵은 붓 글씨체로 쓰여 있었다.
옆면에는 작은 글씨로 마태복음 4장 1절과 4절의 말씀이 쓰여 있었다. 다음 장에는 마태복음 5장 팔복 말씀이 빼곡하게 쓰여 있었다.

 

4장 1 그때에 예수께서 성령에게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러 광야로 가사 4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하시니
5장 3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4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5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6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7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8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9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10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11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12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

 

작은 수첩에 4복음서는 물론이고 사도행전과 로마서 말씀까지 빈틈없이 암송 요절이 적혀 있었다. 1,200개의 성경 요절을 다 기록하려면 수첩이 몇 개나 있어야 할까? 북한 성도들이 성경을 암송하는 것은 가장 안전한 생명의 양식이 되기 때문이다. 암송하고 있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자유로이 묵상할 수 있고, 그것이 환난과 핍박을 이기는 열쇠이며 능력이 되는 것이다.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이 눈물로 드리는 예배

 

1년 전 우리는 주일을 맞아 일가족 4명이 벽을 쳐다보고 서서 예배드리는 뒷모습이 보이는 영상을 보았다. 그곳에 성경책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4명 모두 돌아가면서 출애굽기 20장, 시편 23편, 에베소서 6장, 잠언 29장을 암송함으로 낭독했다.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에게 있어 성경 구절을 암송하는 것은 일상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2019년 1월 다시 또 그 지하교회 성도들이 주일 예배를 드리는 짧은 영상을 보내왔다. 모두 여덟 명이 앉아 있었다. 지난번에 벽을 보고 4명이 서 있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지도자 한 분이 중앙에 등을 보이고 앉아 있고, 그 분을 중심으로 7명이 빙 둘러 앉아 있었다. 영상으로 보기에도 복장이 깨끗하고 정갈하게 차려 입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성도는 양반다리를 하고, 어떤 성도는 무릎을 꿇고 손수건을 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예배를 드렸다. 난방이 되지 않는 차가운 바닥인 듯 모두 한기를 차단하는 방석을 하나씩 깔고 앉아 있었다. 2시 50분을 가리키는 벽에 걸린 시계의 분침이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었다.
예배 드리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턱 막히면서 코끝이 찡해왔다. 아무 말하지 못하고 몇 번이고 반복에서 북한 지하교회에서 드려지는 예배를 봐야만 했다. 맨 끝에 앉은 여자 성도가 기도를 시작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면서 까지 나를 사랑하신 예수님, 머리에 가시 면류관 쓰시고 가시 채찍에 맞아 온몸에 피를 흘리시면서 십자가 매시고~ 갈보리 산으로 오르시는 예수님의 그 모습 내 생명이 끝나는 그날까지 이 마음속에 새기고 살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기도하던 성도는 울먹이며 눈물을 참느라 울먹울먹 헛기침을 하고는 숨을 가다듬더니 더 이상 말을 못하고 ‘휴우~’하고 숨을 내쉬고 멈추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훌쩍였다. 어떤 성도는 손에 쥐고 있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또 다른 성도는 주머니에서 하얀 천 조각을 꺼내 눈물을 닦더니 안경을 벗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성도는 다시 기도를 이어갔다.

 

하나님 아버지~~ 나라의 영혼들이 죽어가고 황폐되어 가는 이 땅에 아버지께서 하루 빨리 밝은 빛을 비추어 사람들이 새롭게 거듭나는 꽃이 만발하는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기도하는 성도의 울먹임이 점점 더 커져갔고, 함께 기도하는 성도들이 우는 소리도 점점 더 커져갔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느라 ‘휴우~ 휴우~’ 숨을 토해 냈다. 그런 가운데 기도가 이어졌다.

 

오늘 주일날 이렇게 골방에 숨어서 조용히 눈물 흘리면서 아버지를 부르며 붙들고 기도하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우리가 아들딸 귀한 손자 손녀를 데리고 손잡고 아버지 앞에 교회에 나가 목청껏 하나님을 부르고 찬송을 소리 높여 부를 수 있는 그날을 속히 허락해 주시옵소서.

 

기도가 여기까지 되었을 때 여기저기서 ‘엉~엉’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기도하는 성도의 목이 메어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 ~흐흐흑’하며 흐느끼는 듯했다.

 

하나님 아버지 오직 사랑과 은혜를 그 누구보다 많이 받은 우리 지하교회가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을 인정하고 그 앞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 육체가 끝난 모든 악한 것을 다 내려놓고 오직 주만을 바라보는 충성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성령님께서 저희들을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주여~ 주여~ 날마다 말씀으로 새 힘을 얻고 충성하며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오직 말씀대로 살아가도록 모든 것 주시고 이 땅의 온갖 원수들이 우리 가정 교회를 해치지 못하도록 주님께서 보호하여 주시옵소서.
대표 기도하는 성도는 물론이고 함께 머리 숙여 기도하는 성도들 모두 한마디 한마디 기도가 나올 때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흐느꼈다. 그 모습은 이 땅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리는 성도들의 결연한 모습이었고,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에 감격하고, 북한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여 자유롭게 예배할 그날을 사모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을 인정하고 그 앞에 순종하며 주님만을 따라갈 것을 고백하는, 간결하고 절제된 신앙 고백이 담긴 천사들이 흠모하는 감격어린 예배였다.

 

1년 동안 배가 성장한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의 예배를 기뻐 받으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께서 1,200개의 성경 구절을 암송하는 성도들을 말씀으로 자생케 하신다. 북한 지하교회를 통해 영광을 받으시고, 복음 통일의 문을 여실 그 날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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