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2] 목사 안수와 세례 집례 문제… 통일 이후 독노회 설립 필요할까?

 

“평양을 함락하라!”
“하나님, 그것은 군사 용어인데요?”
“평양을 함락하라”
“하나님, 우리는 평양을 어떻게 함락시킬지 모르는데요?”
“평양을 함락하라”
“네, 하나님.”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 모인 선교사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결국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자리를 뜨고 말았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선교사들은 사역 보고를 하기 위해 다시 모였다. “지난 6개월 동안 42명의 훈련받은 사람들이 북한으로 들어가서 24개의 교회를 개척하였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A 선교사가 말을 마치자마자 B 선교사가 “저도 18곳에 교회가 세워졌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거 정말 놀라운 일이군요.” 북한 지하교회는 이렇듯 하나님의 강권적인 은혜로 개척되었다. 특히 2014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북한 성도들이 자체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개척하는 일들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다음해인 2015년 KRIN(Korea Reconciliation Initiative and Network, 국제 통일 준비 협의체)이 시작됐다. 통일 시 교회 개척에 필요한 여러 훈련들이 KRIN 모임에서 조직되었고, 어떻게 하면 지하교회를 지원해서 그들로 복음을 전하게 하고 빠른 시간 안에 ‘북한을 복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선교 전략이 논의됐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북한 지하교회가 지상화되고 복음 전파가 자유로워져서 하나님을 마음껏 찬양하는 날이 오면 수많은 교회들이 북한에 세워지고 조직화될 것이다. 이렇게 북한에 믿는 자들이 늘어나고 지하교회가 확장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자체적으로 노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을지, 아니면 한국 교회나 해외에 있는 한인 교회가 교세 확장 차원에서 북한에 교회를 세우고 노회를 구성하는 편이 나을지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이 글에서는 독립된 노회(독노회)가 북한교회 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고자 한다.

 

1. 왜 노회가 필요할까?
지난 35년 동안 모퉁이돌선교회가 성경을 배달하고 사역자들을 훈련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에 몇몇 일꾼들이 세워졌다. 다수는 중국에서 훈련을 받고 북한에 들어가서 전도를 했고 그들과 함께 모여서 예배를 드렸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질적인 목회 사역을 전적으로 감당하는 이들도 있는데 최근에는 한 교단과 연결해서 신학 공부를 시킨 후 목사 안수를 주고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통일이 되면 이들과 같은 지하교회 사역자들이 양지로 드러날 것이다. 이들은 지하교회의 지상화와 함께 자발적으로 교회들을 조직화하고 서로 돕거나 견제도 하면서 노회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노회가 하는 역할인 목사 안수를 주고, 교회를 치리하고, 올바른 신앙 고백을 하도록 지도함으로써 한 공동체로 이루고 연합 사역을 이끄는 기능은 교회에 없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 무엇이 문제인가?
이미 북한에 존재하는 지하교회나 통일 이후 새로 생긴 교회들이 조직되어 노회가 형성될 무렵에는 아마도 북한 사람들이 북한 중심적인 독노회 설립을 원할 것이다. 그러면 좋든 싫든 간에 또 하나의 새로운 노회가 생기고 새로운 교단이 생겨진다.
새로운 노회가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이 있어야 하는데 십중팔구 그 모델을 남한 교회나 해외 한인 교회에서 찾으려 할 것이다. 그간 만나 온 사람들이 남한이나 해외에서 사역하는 한국 목사일 터이니 당연한 수순이다. 꼭 모방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아직 노회의 의미를 모르는 햇병아리 같은 북한 교회가 형식을 따르려 할 뿐 진정한 내용을 담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인간 평등을 주장하는 공산주의의 관료주의와 조선에 뿌리 박힌 유교 사상은 노회의 기능을 교회 상호 간에 도움을 주고 받는 것으로 이해하기보다 지배자와 피지배인 간의 갈등으로 투영해서 생각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 사람들로만 세워진 독노회와 한국에서 다시 북한에 올라가 재건한 노회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제 시대 때 설립됐다가 한국전쟁으로 인해 남한에 내려간 노회들이 북한에 돌아와 노회를 세우고 교세를 확장한다면 갈등은 예고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새로 태어난 어린 아이 같은 독노회를 기존 노회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순수하게 북한인에 의하여 세워진 노회는 연명하기 힘들 것이다.

 

 

3. 어떻게 할 것인가?
교회는 내부 조직도 있지만 외부 조직과의 접점도 필요하다. 외부 조직과 연결되어야만 신학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교회에 필요한 지도도 받을 수 있다. 북한에 노회를 세울 때는 부모가 신생아를 돌보듯이 과도기적인 시간을 인내하며 교육해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선교사들이 사역자들을 양육해서 그들로 하여금 독노회를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 전례는 없는가?
이 문제에 있어서 우리에게 좋은 모델이 있다. 1907년 4개 선교부가 합력하여 9월 17일 ‘조선 전국 독노회’를 설립했다. 당시 평양 장대현 교회에 한국인 장로 40명과 해외에서 들어온 선교사 38명 등 모두 78명이 참석해서 장로교회의 신앙 고백을 따라 12신조와 노회 규칙을 채택했다. 그때 한국 최초로 7명의 목사가 안수를 받아 헌국장로교회가 탄생했다. 한국 최초의 독노회는 장로회와 감리회의 연합으로 이루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12신조를 선교사들이 작문하였기에 한국적 상황에 맞는 신조와 교회 정책이 만들어졌다. 통일 이후 세워질 독노회도 아무쪼록 이런 전승을 따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반석 목사(본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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