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노란 봉투를 어머니에게 갖다 드렸습니다.
그 봉투에는 한 졸병 군인 아이가 “소좌님! 오늘 우리가 처형한 아이들이 가지고 있던 거에요.
까만 책이에요.”라고 말하며 놓고 간 책이 들어있었습니다.
“이거 엄마가 보고 싶어했던 거잖아! 까만 책!” 아들은 어머니 앞으로 다시 책을 내밀었습니다.
“어디서 났니?” 착 가라앉은 음성이었습니다.
“오늘 그 책 갖고 있던 아이 세 명을 처형했어!”,
“기다려라!”
꽤 오랜 시간 후에 어머니는 하얀 치마 저고리를 입고 나왔습니다.
“이제 네가 나를 죽일 차례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아들은 화들짝 놀랐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니?”,
“네가 처형한 그 세 사람이 내 형제들이었다. 이제 네가 날 죽일 차례야!”,
“아닙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믿는 게 예수라면 나도 믿을게요!”
무릎을 털썩 꿇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이제야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들으시는구나!”
라고 절규하듯 탄식했습니다.

 

그러고는 잠시 후 아들에게 당부했습니다.
“너 정말 예수 믿는다면 네가 갖고 온 이 큰 책 말고 조그만 거 2천 8백권을 인쇄해서 가지고 와라!” 아들은 황당했지만 어머니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서 “예.”라고 우물쭈물 대답했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하니 노란 봉투를 가져 온 그 졸병이 들어왔습니다.
“소좌님! 얼굴이 환해지셨네?”,
“야!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나가!”,
“2천 8백! 2천 8백!”,
“너 지금 뭐라고 했어? 2천 8백? 너도 한 패냐?”,
“에이, 소좌님도 한 패면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들은 ‘다 드러났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2천 8백 권 구할 수 있니?”라고 자포자기하듯 물었습니다.
“허락만 해 주세요. 강 건너 갔다 올 시간만 주세요!
거기서 이삭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에게 연락하고 요청해 놓으면 될 거에요.”
졸병 아이는 소식을 들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목사님! 2천 8백 권 찍어야 해!”,
“안 된다.”,
“왜 안 돼요?”
동그랗게 커진 아이의 눈을 보며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5천 권을 찍어. 어차피 한 판이야!”,
“아이!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놀라지 마십시오. 그 5천 권을 누가 운반했는지 아십니까? 북한 군인들이 북한 땅으로 밀수를 했습니다. 안 된다고 하는, 이 악한 생각이 우리 가슴 속에 얼마나 잠재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묻습니다. 여러분에게, 북한 성도들에게도 묻습니다. 안 된다고요? 버림 받았다고요? 매 맞았다고요? 넘어지고 지친 우리의 모습임에도, 여전히 살아계신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를 무릎 꿇게 하시고, 긍휼을 입게 하시고, 고백하게 하시고, 선포하게 하시고, 별 볼 일 없이 피 흘려 죽어가게 만들어서라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시는 것을 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북한 땅에 있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 땅에서 피 흘려간 하나님의 종들이 결코 버린 바 된 것이 아니고, 한 어머니의 기도로 그 소좌를 끝내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어서라도, 5천 권의 성경을 강을 건너 밀수하게 해서라도, 하나님은 당신의 일을 이끌어 가시는 분이십니다.
여러분들의 기도와 헌신과 눈물 또한 결코 외면되지 않을 것입니다.

 

무익한 종 이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