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터키의 공기, 냄새, 색깔은 낯설었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어색함으로 다가왔다. 우리를 마중 나온 김 선생은 이란에서 8년간 사역하다가 추방되어서 터키로 건너 와 이란 및 아프간 난민을 섬기는 분이었다.
“목사님, 성경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분의 첫 마디는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성경이 필요하다고?!”
김 선생은 이란어 성경과 아프간 성경을 난민들에게 전달하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었다. 2014년부터 성경 보급을 시작했는데 아랍어 성경 2만5천 권, 아랍어 만화 메시야 2만5천 권, 아프간어 신약 3천 권 등을 본회와 함께 배달했다. 그 숫자를 듣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이 하신 일에 대한 감격이 밀려왔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그럼에도 여전히 성경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현재 터키에 온 이란 난민이 약 6만 명, 아프간 난민은 30만 명이 넘었다. 이슬람인 그들은 가족과 동료들의 눈이 무서워서 개종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난민으로 심령이 가난해지면 배교도로 죽으나 배고파서 죽으나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복음을 쉽게 받아들인다. 이때 필요한 것이 그들의 언어로 된 성경이다. 성경을 읽은 난민들은 신앙의 흔들림이 적다. 예배에 참석하지만 성경을 읽지 않는 이들은 곧 믿음이 파선하고 만다고 김 선생은 설명했다.
또 난민들은 정착 후에는 복음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난민 생활 초기야말로 성경을 공급할 적기인 셈이다. 그런데 성경을 원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고 성경을 인쇄할 비용이나 사역할 일꾼도 없는 상황이라니 ‘아버지’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성경이 난민들에게 생명력을 전달합니다

 

터키 전 지역에는 2011년부터 들어온 약 35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골고루 살고 있다. 그 중 터키 남부 아다나에는 약 15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있다. 우리는 아다나에서 또 다른 일꾼을 만나서 시리아 난민에게 아랍어 성경을 전해주는 사역에 참여했다. 뉴스로만 보던 시리아 난민을 직접 현장에서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들의 형편없는 생활상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의 눈에 생명력이 없는 것 때문에 마음이 무너졌다. 사역 내내 ‘누가 저들에게 복음을 전할까’ 라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했다.
초등학생도 안 된 남자아이가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 가정을 방문했다. 그 아이는 8명 식구의 가장이었다. 우리는 그에게 성경을 주며 복음을 전했다. 우리를 안내한 일꾼은 자신이 마약과 알코올의 중독자였는데 이런 쓰레기 같은 자신을 구원해 주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간증을 했다. 그러나 그와 그 집 식구들의 눈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심령에는 영적인 지각이 흔들렸을 것으로 믿고 그들을 축복하며 나왔다.

 

터키는 지금 그야말로 추수밭이다. 정작 터키 교회는 부흥이 안 되고 있지만 터키에 온 난민 교회는 부흥되고 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마태복음 5장의 산상수훈이 어떠한 의미인지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난민으로 남의 땅에 온 그들에게는 소망이 없다. 미래는 절망일 뿐이다. 그러나 예수를 믿는 난민들의 눈은 생명력이 있다. 성경,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비록 다른 난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그들의 눈빛만은 달랐다. 내가 믿은 예수를 동족에게 전하리라고 다짐하는 그들의 손에는 또한 성경이 포개져 있다. 지금 터키에서는 성경이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영적인 생명력을 전달하고 있다.

 

김나훔목사(본회 훈련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