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이 녹아내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치료 차 한국에 나왔습니다. 걱정했는데 하나님께서 좋은 선생님과 환경을 허락하셔서 은혜 중에 치료받고 있습니다. 염려하던 마음이 수그러들자 떠나온 이스라엘의 이웃들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사모님, 어찌 지내십니까? 내가 가져 갈 테니
필요한 물품 있으면 알려주세요.”
“너무 무겁고 부피가 커서요….”
“어떻게든 가지고 갈 테니 꼭 보내세요.”
“그럼 송구하지만 부탁드립니다.”

먹을 것 귀한 곳에서 압력 밥솥이 고장 나서 선밥, 진밥 그러다 어느 운 좋은 날에는 입에 맞는 밥 먹고 있는 것 압니다. 오늘 아침 이 가정을 위하여 평안을 구합니다.

 

“사모님, 요즘 어찌 사십니까?”
“네. 은혜로 살고 있습니다.”

파송 교회의 후원이 끊어지고 가족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하루를 한 주를 한 달을 일 년을 이겨내는 사모님의 대답입니다. 이 가정 또한 평안을 구합니다.

 

“사모님! 몸조리 잘하고 있지요?”
세 아이를 수술로 출산하고 또 한 명의 자녀를 출산하기 위해 온 가족이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런데 요양해야 할 산모는 본인 몸의 회복보다 환경 좋은 한국에서 돌아가서 다시 현지에 적응해야 할 아이들 걱정이 더 큽니다. 이 가정의 평화를 구합니다.

 

“사모님! 몸은 어떠세요?”
“자알 견뎌내고 있습니다.”

사모님은 몇 개월 전 한국 방문 때 처방 받아 온 반 년 치 약이 은혜라고 말합니다. 여름에 녹음이 무성한 한국과 달리 이스라엘은 풀들이 뙤약볕에 말라 누렇게 변해 갑니다. 그럼에도 이른 새벽에 볼 수 있는 이슬 때문에 행복하다고 고백합니다. 이 가정 위에도 하늘의 평안을 구합니다.

 

“사모님! 비자는 잘 나오겠지요?”
“9월 중순 이후에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온 지 일 년 된 이 가정은 비자를 발급받으려고 많은 식구를 데리고 한국에 나왔습니다. 이스라엘 언어 연수 비자는 짧아지고 가족 동반 비자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지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이 가정을 위해 평안을 구합니다.
이스라엘 여기저기에 뻗어 있는 9미터 높이의 장벽은 더 길어지고, 테러는 더 다양한 모습으로 매일 일어나고, 이스라엘과 아랍의 골은 더 깊어만 가고, 그래서 예수의 이름이 시간과 함께 퇴색되어 가는 것만 같습니다.
한겨울 우기 때 내린 물이 가늠할 수 없는 깊은 땅속 바위 틈에 자리잡고, 작은 길 얕은 물길이 되고 웅덩이가 되어 우리를 시원케 합니다. 그 보이지 않고 소리 없는 물길이 건기의 생명을 연장합니다. 2,000년 전 생명으로 오신 그 이름이 사라질 것 같은 현실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은 여전히 살아 있고, 그의 일꾼들이 예루살렘에서 일합니다. 이 땅을 위하여 울어주십시오. 이 땅의 부흥을 위하여 그 역사의 생명이 요동치도록 간절히 울어 주십시오.

 

“사모님, 뭐 사다 드릴까요?”
“라면 스프 한 봉지만 부탁합니다.”

충족될 것에 비해 부탁의 바람은 아주 작습니다. 슬프도록 작습니다. 어느 곳이든 어느 집이든 한두 가지의 작은 염려들은 있습니다. 그러나 현지에서 일어나는 염려들은 한국에서 고민하는 것과는 환경과 물질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견뎌야 하고 이겨야 하고 참아야 하고 때로는 외면해야 하고 사역 뒤로 밀쳐 두어야 합니다. 어떤 상황이 올지라도 불평하지 말고 잘 견뎌내야만 하고 은혜만을 구해야 합니다. 천국에 가는 그날까지!

이스라엘 사역을 시작한 지 6년. 한국에서 그 땅을 바라보며 몇 가정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 봅니다. 가장 풍족한 은혜는 마음의 평안이며 사역의 열매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며, 내 안에 생명의 강물을 가득 채우는 것입니다. 그러면 ‘네가 있는 그곳이 족하다’ 하신 아버지의 말씀이 내 가슴에서 요동칩니다.
그 은혜가 힘이 되어 우리는 다시 뙤약볕만큼 따가운 시선과 메마른 잎처럼 날카로운 그들 앞에 섭니다. 두들겨도 소리 나지 않는 담벼락 같은 그들의 공허함에 우리의 간절한 시선을 둡니다. 들을 생각 없는 돌덩이마냥 딱딱한 그들의 가슴팍에 예수님의 사랑만이 심기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품고, 내 안에 살아 있어 변함없으신 그의 사랑을 다시 새기며,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니 빨리 당겨 돌아가고 싶습니다.
가서 쌓아 올려진 돌덩이들을 사랑의 이름으로 한 장 한 장 들어내어 우리 주님을 높은 성, 그분이 서 있어 마땅한 곳에 세워 드려야 합니다. 땅속 깊은 물길을 더 찾아야 하고 더 많은 웅덩이를 만들어야 하는 그 분명한 사명이 있기에 우리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의 그늘이 되어 그늘 아래로 오는 이들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들이 한여름의 뙤악볕을 견디게 아낌없이 그늘을 내어 줄 것입니다. 그곳에서 예수의 사랑을 전할 것입니다. 그들의 목마름을 채울 것입니다. 그들을 위하여 우리는 그 자리에서 순종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오시는 그날까지 은혜만 구할 것입니다.

 

김OO (이스라엘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