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북한에서 보낸 편지 한 통이 인편으로 일꾼에게 전해졌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함경남도 15호 관리소에서 금화(가명) 옥사’
“설마 설마 했는데… 금화가 죽었구나~~”
순교한 북한 성도의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손에 쥐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일꾼의 눈에서 그렁그렁 차오른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러면서 금화를 처음 만나 복음을 전하고 7년 전 북한으로 돌아가던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2012년 1월, 북한에서 장사를 하다 빚에 쪼들린 40세의 금화는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건너왔다. 중국에 온 그녀를 만난 일꾼은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졌나?”라고 물었다. “원숭이가 사람 됐잖슴까.” 아무렇지 않게 진화론을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일꾼은 “그게 아니라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이 사람을 만들었습니다.”라고 설명하였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녀는 바로 “어, 정말 그런 것 같슴다”라며 일꾼의 말에 동의했다.
일꾼은 하나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금화를 위해 준비된 처소에서 성경 공부를 시작하였다. 그녀가 북한으로 돌아갈 기일을 3일 앞둔 때였다. 첫 시간, 창세기 1장을 공부하면서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예수님은 어떤 분인지, 우리가 어떻게 구원을 받는지 등에 관한 말씀을 가르쳤다. 공부를 마쳤을 때, 금화는 “저는 이제부터 죽는 날까지 하나님의 자녀로 살겠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일꾼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새겨진 자매는 첫날 공부를 마치고 영접 기도를 하였다. 그리고 늦은 저녁까지 성경을 읽었다. 평소 눈이 아파 책을 한 장도 읽기 어려웠는데 놀랍게도 하루 종일 성경을 읽어도 눈이 아프지 않았고, 허리가 아파서 잠시도 앉아 있을 수 없었는데 몇 시간씩 앉아서 성경을 읽어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님의 말씀이 너무 재미있어서 성경을 공부하고 싶고, 예수를 모르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불쌍하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갓 믿은 사람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약속했던 3일간의 성경 공부를 마치고 세례식과 함께 마지막으로 파송 예배를 드리려는데 “나는 기도하면 안 됩니까?”라고 금화가 물었다. 그 말에 일꾼은 속으로 ‘겨우 이틀 전에 하나님의 이름을 처음 들어 본 사람이 소리 내어 기도를 하겠다고…?’ 의아해 하며 기도하기를 허락했다.

“천지 만물을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 나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어 나를 구원해 주심을 감사합니다. 나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신 은혜를 감사합니다. 나는 이제야 어떤 존재인가를 알았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성령님! 이제 나의 남은 생애를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도 알았습니다…” 막힘없는 기도가 눈물과 통곡으로 몇 분 동안 계속 이어졌다.

 

“… 나는 이제부터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나의 가는 길에 하나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항상 함께해 주심을 믿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머무르려던 계획을 취소하겠습니다. 이제부터 북조선의 우리 인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로 살겠습니다. 나를 홀로 두지 마시고 늘 함께 동행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죽는 날까지 주님을 배반하지 않고 저 흑암에 갇힌 조국과 북조선 인민들의 영적 해방을 위한 일꾼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나의 왕이요 주인 되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올립니다. 아멘!”

 

성령 하나님의 인도를 받아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성령의 충만함에서 나오는 신앙 고백과 간구였다. 주의 은혜에 감사해 펑펑 울면서 사명감과 부르심에 순종하겠다며 결단하는 기도가 드려진 작은 방 안은 성령의 임재로 충만하였다. 기도 후에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늘에서 내리는 한량없는 신령한 은혜가 계속 부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이런 믿음의 말을 남기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사랑하는 아버지, 나는 갑니다. 불가마 속 같은 하나님 아버지 모르고 사는 땅에 갑니다. 무서운 감옥이겠는지 죽음이겠는지. 그러나 두렵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딸 되었을 때 나의 죄를 깨끗이 회개하고 하나님 맞대고 살면서 하나님 계시는 천국 갑니다. 나는 압니다. 저의 친구들이 하나님 모르고 죽어가고 있는데 나만 살겠다고 동생 찾았다고 여기에 저의 인생을 눌러 앉는다면 이제 하나님 아버지 딸 아닙니다. 북한 땅 방방곡곡 다 밟고 다니며 하나님께 예수님께 기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친구들을 살리기 위해 하나님 주신 지혜와 힘으로 무서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탄에게 속아 사는 인민들을 한 사람 한사람 건져 하나님 나라 위해 하나님 아버지의 복음을 전하렵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무섭지 않습니다. 나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의 보혈로 우리를 이어 주시고,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와 힘으로 힘차게 걸어갑니다. 이 딸이 가는 길마다 아버지 예수님께서 사랑과 은혜를 주어 한 시 바쁜 이 딸의 길을 열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금화 자매가 북한으로 돌아간 후 연락이 오면 그녀에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서 보내곤 하였다. 중국 현지 사역자가 친척 방문으로 갔을 때 밤마다 성경책을 들고 나가서 새벽에야 돌아오는 그녀의 모습을 전해 주었다. 그리고 3년이 되었을 때 금화 자매가 중국에 나와 있는 동생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OO아, 조선에 와서 1분 1초도 주님을 잊지 않고 딱 주님의 뜻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처럼 무섭고 두려웠던 감옥에서도 1주일간 먹은 밥이 200g밖에 안 되지만 주님이 나와 함께 하셨단다. 16시간 동안 꼼짝 못하게 앉혀 놓는 것이 내게는 얼마나 다행인지… 주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힘들면 마음속으로 찬양을 부르고, 배고프면 하나님께 생명의 떡과 생명수를 달라고 기도를 드리면 참으로 놀라운 것이, 13일간 금식을 하였는데 하나도 배고프지 않고 굳세게 견딜 수가 있었어…

 

감옥에서 부른 찬양들은 오빠(일꾼)가 배워준 노래 337번, 1923번, 1263번, 1584번, 1637번, 1244번, 670번, 825번, 867번, 1268번, 1096번, 1016번, 1195번, [여기에 모인 우리 주의 은총 받은 자여라] [사명]등의 찬송을 부르며 힘든 줄 모르고 지냈단다. 참으로 놀라운 사변이었어… 여기의 찬양 가사를 정확하게 독창으로 불러 MP4나 카드에 담아 보내 주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님에게 향한 믿음과 뜻대로 한 보도 량보하지 말고 사는 것이고, 죽으나 사나 주님 뜻대로 믿음으로 너의 병을 고치는 것이다. 우리들이 하는 일은 주님이 보신다.
여기서도 일기장처럼 기도 책을 사용한다. 주일 날 하루 모여 앉아 받아 두었다가 다음 기회에 보내기로 한다. 여기서 내가 너무도 생활을 잘하니까 오히려 무슨 [안기부 임무 맡았는가?]하고 감시를 한다. 내가 주님께서 하라는 대로 했더니 그야말로 얼마나 놀라운 사변이 일어났는지 몰라. 이제 만날 기회가 있으면 간증할 일 너무 너무 많다.

 

우리 성도들이 뭐라고 하는지 아니? “금화 자매님은 주님의 말씀을 전할 때는 눈빛이 반짝반짝 해요.” 진화론 강연을 CD로 가져 왔던 걸 컴퓨터로 MP4에 넣어서 성도들이 듣고 있는데 정말 대단해… 날이 가면 갈수록 주님에 대한 나의 사랑은 열풍처럼 끓어 번지고, 우리 주님이 아니시라면 이처럼 내가 굳세고 강하고 두렴 없이 못 살 거야… 간절히 소원하는 것은 사나 죽으나, 기쁘나 슬프나 주님만을 믿고 붙들고 뜻대로 살면 그야말로 힘들지 않고 행복하다.
12제자 영화를 CD나 SD카드에 매 제목 다 잡아(넣어서) 꼭 보내주고, 가사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복음 성가를 잡아서 보내고, 찬송으로 하는 율동, 진화론 1~7편을 잡아서 보내고, 오빠 음성으로 우리를 위하여 하는 기도와 너의 기도를 육성으로 보내 달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난 여기서 3년간 주님 말씀 학습에 전심하였다. 여기서 나의 생활이 아무것도 제기된 것이 없고 뜻대로 살았으니 인제부터 인정 단계로 들어갔지만 까마귀처럼 의심 많은 여기는 힘들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뱀처럼 지혜롭게, 비둘기처럼 순결하게 굳세게 살거야. 끊임없는 기도 중에 주님께서 부르시는 날이면 오빠와 너와 상봉하자. 그날을 위해 뛰고 또 뛰겠어…

 

우리 여기서 지하 [욥 교회]를 세웠어. 이번에 감옥에 갇혔을 때, 우리 성도들이 땅을 치며 울며불며 기도한 덕에 내가 16시간 똑바로 앉혀놓는 고통 중에도 주님과 대화를 나누고 찬송을 부르니 배도 안 고프고 힘들지 않더라. 너무도 놀랍고 주님의 크나큰 은혜에 매여 살고 있다. 우리 성도들의 하나같은 소원이 오빠를 만나 더 주님에 대하여 잘 알고 싶어하고 너의 건강을 간절히 바라면서 진심으로 기도드리고 있다. 여기서 주님에 대한 우리들의 끊임없는 사업은 아마도 거기 있는 성도들보다도 더 뜨거울 것이다.

내 동생, 단 한번 만이라도 너의 손 쥐어보고 싶고, 네 옆에서 참 언니 구실을 하고 싶다. 기도하자. 꼭 주님께서 또 한 번의 상봉을 이루어 주시라고… 내가 소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셨어. 언니 씀.

이것이 금화 자매가 북한에서 보낸 마지막 편지이다. 언니의 편지를 읽으며 동생은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의 말씀대로만 살아가는 언니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고 존경스럽습니다.”라고 고백하였다. 그리고 2014년 발각되어 투옥되기까지 19명의 성도들과 하나님을 예배하였다.

 

 

 

2014년 발각이 되어 살아나올 수 없는 곳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게 된 이후 금화 자매에 대한 어떠한 소식도 일꾼은 듣지 못했다. 그리고 2019년 9월, ‘함경남도 15호 교화소에서 금화(가명) 옥사’라고 쓴 편지 글은 이렇게 이어졌다.

 

9월 15호 관리소에 금화가 수감되어 있음을 알고 어렵게 찾아갔습니다. 관리소의 담당자를 만났을 때 금화 자매가 안타깝게도 2019년 7월 47세의 나이로 옥사하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담당자는 “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는데 안 좋은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금화는 지난 7월 중순 세상을 떠났습니다.”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관리소에서 죽으면 냉동실에 보관 후 5명이 차야 화장을 하는데, 이미 한꺼번에 태워 뼈도 못 찾는다고 하였습니다. 관리소 직원의 말로는 “돈 있으면 살아나갈 수 있었는데, 2년 전 20만 위엔을 내면 비록 몸은 아프지만 사람이라도 내어 줄 기회가 있었다면서, 일찍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하였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우리는 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관리소 담당자는 “금화같이 강직한 사람은 처음 보았습니다. 관리소 안에서도 가끔 수감자들을 불러 심문을 하는데 금화의 생활 태도를 보면 항상 모범이었습니다. 한 번은 제가 금화를 불러 ‘당신을 보면 참 아깝다. 뭐 부족할 것이 없이 똑똑한 사람이 어쩌다 여기까지 끌려와 이 고생을 하는가? 기독교를 접하지 않고 살았더라면 이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후회스럽지 않은가?’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금화는 단호하게 ‘나는 지금까지 예수를 믿어 고난 받는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너무나 뜻밖의 대답에 속으로 나는 당황했습니다.

처음에 금화는 관리소에 들어와 농사일을 했습니다. 후에는 좀 쉬운 재봉일을 했는데 그의 모든 삶은 항상 이웃을 배려하는 생활이었고 모범적인 그의 일상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강직한 성품과 똑똑하고 지혜로운 그의 생활은 우리 관리소 안에 많은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선생님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내가 한 차례만 금화를 불러 물었던 것이 아니라 간혹 다시 불러 그의 속마음을 물어보았습니다. ‘너 아직도 기독교 간 것을 후회하지 않니?’ 물을 때마다 그의 대답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후회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담당자는 애정이 담겨 있는 부드럽고 따뜻한 어조로 “당신도 세상 살기 힘들더라도 꼭 금화처럼 살아 가시오.”라고 당부하였습니다. 그의 말에서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끝을 맺는 편지를 읽고 난 일꾼의 입에서 중얼거리듯 “이제 보고 싶어 하던 동생을 천국에서 만날 것이니 기쁘겠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북한에 돌아가 복음을 전하다 잡히면 자기를 심문하고 취조하는 보위부원들에게 “나를 죽이려면 예수님처럼 죽여 달라, 예수님이 어떻게 죽었는지 아나? 채찍에 쇠로 된 꼬챙이가 살에 가서 붙어 쩍쩍 찢어지는 고통을 당하면서 죽었다. 나도 그렇게 예수님처럼 죽여 달라.”라고 말하겠다던 금화였다.

 

하나님을 믿는 순간부터 복음 외에는 다른 생각이 마음에 자리할 틈이 없던 하나님의 사람이었고, 오직 주를 향한 열정으로 북한에 가서 1만 명에게 복음을 전하겠다던 그녀에게 주님은 감옥에서조차 빼앗길 수 없는 강권하시는 은혜를 넘치도록 부어주셨다. 그렇게 주의 영광으로 충만한 거룩한 성도로 살다가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고난을 벗 삼아 살아가는 믿음의 선한 싸움을 경주할 때, 그보다 더한 하나님의 은혜로 이겨내며 순교한 성도의 피가 뿌려진 자리마다 하나님의 영광으로 생명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

 

복 받은 사람들은 의로 인하여 괴롭힘을 당하나
마침내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