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comb_201204_story1월 17일,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한기가 온 몸을 파고든다.
영하 20도를 한참 밑도는 추위에 산을 향해 오르는데 밤새 눈이 쌓여 무릎까지 올라온다. 저쪽(북한)에서 성도 한 사람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산기슭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추위를 견디는 것이 고통스럽다. 그렇게 한 시간을 기다렸을까?
“저기 사람이 내려오는 것 같습니다.”
현지 일꾼이 조심스럽게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작은 물체가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산에 나무가 우거져 있는데다 눈이 쌓여 허벅지까지 푹푹 빠져 내려오는 것이 더디고 경사가 심해 미끄러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한다. 북한성도가 산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숨어서 바라보고 있으려니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만 같다. 북한성도는 우리의 시야에 나타난 뒤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움직임을 확실하게 볼 수 있는 200m 정도까지 다가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북한성도의 모습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자 현지 일꾼은 스마트폰을 손으로 가리면서 “이거 찍는 거 알면 저 사람 놀라서 도망갑니다.”라고 만류한다. 아쉽지만 동영상 찍기를 그만두고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 다가온 성도의 모습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눈만 겨우 보이는 모자를 머리에서부터 목까지 완전히 덮어썼는데 모자 전체가 고드름같이 하얀 얼음으로 가득 덮여 있었다. 히말라야 산을 등정하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흡사했다. 체구가 자그마하고 키는 150cm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여인이었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 오고 눈물이 복받쳐 올랐다.

현지일꾼이 준비해 간 따뜻한 옷을 걸치게 하고 우리는 급히 그 곳을 내려와 준비된 쉘터로 향하였다.
“집에서 언제 출발했습니까?”
“어제 밤 9시에 출발해 밤새 산을 4개 넘어서 왔슴다. 길이 없는 험한 산을 넘어와야 하니 지치고 많이 힘들었슴다. 거기다 눈까지 많이 오니 힘들었슴다.”
15시간을 걸어온 것이다.
“걷다가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을 텐데요?”
“하나님의 말씀을 채우고 싶어서 왔슴다. 여기 와서 2~3일 하나님의 말씀을 보고 듣고 돌아가서 한 달 정도 있으면 말씀에 대한 갈급함과 목마름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아짐다. 그렇게 성경말씀이 그리워 가슴이 뛰고 설레면 나도 모르게 날을 정하여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여기로 옵니다.”
“험한 산을 몇 개씩 넘어야 하는데 무섭지 않습니까?”
“원래는 무서움을 많이 타는 사람임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싶은 마음이 견딜 수 없이 타오르면 무언가에 이끌려 길을 나서게 되는데 전혀 두렵지 않슴다.”
초등학교 아이 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 자그마한 체구의 여인은 쉘터에 2~3일 동안 머물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듣는 것에 몰입하였다.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밤을 지새우면서 허기진 사람처럼 영적인 목마름을 채우고 또 채웠다. 그러나 2~3일 동안 성경말씀을 보는 것으로는 그 갈한 심령을 채우기에는 한 모금의 양도 되지 않았다. 그러기에 여인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듣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게 일정을 보내고 3일째 되는 20일 밤 10시 다시 북한 집으로 돌아가려고 길을 나섰다. 어둔 밤 혼자서 눈이 푹푹 빠지는 산 속으로 걸어가는 여인을 보내는 우리 또한 안쓰러움과 걱정에 가슴이 메여왔다.
1월 21일, 자정이 넘은 1시 18분에 전화벨이 울렸다.
“선생님 저예요. 지금 막 국경을 넘었슴다. 지난 번처럼 아침이면 그때 그 장소에 도착을 할 것 같슴다.”
“그래요. 조심하세요.”
짧은 소식을 전한 후 전화가 끊겼다. 그리고 열두 시간이 지난 오후 1시 35분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여인이었다. 나는 여인이 집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전화한 것으로 생각을 하고, “그래 좀 휴식을 했습니까?” 라고 물었다.
“선생님 이제야 도착을 하는 겁니다. 눈이 많이 내려 허리까지 빠지는 길을 걷자니 빨리 걸을 수도 없고, 비탈에서 몇 번이나 미끄러져 죽을 뻔 했슴다. 그렇게 15시간을 걸어왔는데 배가 고프고, 힘도 없고, 졸리고, 춥고, 돌아갈 수도 없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름다. 졸리다고 산에서 잠이 들면 죽슴다. 그래서 계속 기도를 하며 왔슴다. 제가 늦어서 그런지 마중 나오기로 한 사람이 연락이 안됨다. 이따가 다시 연락 할게요.” 지치고 힘겨운 목소리가 멀어지며 전화가 끊겼다.

북한성도들이야말로 하나님의 말씀에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북한으로 돌아가는 성도와 통화를 마치고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무릎 꿇고 아버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다.

❶ 물리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영적으로 재난 당해 갈급한 북한성도들의 심령에 하나님께서 하늘의 신령한 은혜와 성령의 능력, 무한하신 사랑을 끝없이 부어주시기를
❷ 산길을 오가며 훈련을 받는 북한사역자들의 안전을 위하여
❸ 춥고 험한 길을 다닐 때 따뜻한 옷과 필요한 물품이 공급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