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3] 우리의 모든 것을 이곳에 바치렵니다! (2020.05)

 

 

오늘 아침 뉴스에 의하면, C국의 경우 지난달 인접국 이슬람 집회에 참석했다 돌아온 사람 중 31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중 5명이 저희 사역 반경 내에 살고 있습니다. 격리된 사람은 몇이 안됩니다. 지난달 말부터 부쩍 장례식이 늘었습니다. 이 지역 관습상 수많은 조문객이 다녀갑니다. 저희 사역지 15km 안에는 모스크가 8개 세워진 이슬람교도 집단 거주지가 있습니다. 7km 내에는 교사들의 숙소와 교회 건물이 있고요.
지난 월요일, 교사들 중 5명은 여기에 있기로 했고 다른 5명은 가족들의 권고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남아 있는 교사들, 리더들과 함께 저희 집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려 합니다. 교회에서 모이면 체포되거나 구금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교사들과 함께 집들을 방문하면서 진료와 심방, 교인들 일대일 성경 공부를 진행하려 합니다. 저는 지금의 현 상황이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깊이 양육하고 리더를 세울 수 있는 적기라고 여기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B국에서는 주 2회 병원 전도 나가던 형제 자매들이 이제는 주 4회 이상 나갑니다. 감염도 두려워하지 않고요. 그들의 고백이 부럽습니다. “죽으면 천국인데…” 매일 2명에서 6명 가량이 전도됩니다.
B국에서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기에 C국에서 사서 병원 전도팀과 B국 난민학교 교사들에게 지급했습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마스크를 못 쓰기에 마스크 없이 수업을 합니다. 나누어 준 마스크는 아이들과 나눠서 사용하고요. 한계 상황을 살아가는 이곳 주민들은 한 통에 23달러 정도 하는 치과용 마스크 50장을 살 돈이 없습니다. 저는 진료 다닐 때 다가와서 매달리고 반갑다고 안기는 아이들을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감사로 안을 뿐입니다.
간혹 마스크를 달라고 따라오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속 깊이 안타까움과 더불어 죄책감이 밀려 옵니다. 그들에게 나눠 줄 수 없는 저희의 재정 상황이, 저희의 믿음 없음이 부끄러워서 입니다. 병원 전도팀들과 교사들, 교인들과 B국 난민 마을을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L국과 M국도 문을 닫았습니다. L국은 확진자가 100명 이상 나온 국가의 국민은 입국을 금지하고 비자 발급도 중단했습니다. M국 역시 비자 발급을 중지했기에 갈 수가 없습니다. 가더라도 C국으로 돌아올 수 없고, B국으로 돌아간다 해도 14일 동안 시설 격리입니다. 두 나라는 아직 확진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사실 없는 게 아니라 확진을 하려면 검체를 주변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확인이 안 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은 어렵지만 M국과 L국 리더들과는 SNS로 계속 교류하고, 사역도 조심스럽게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에 기도하러 일어나니, 본국에서 위험 4단계 경보 문자가 왔습니다. 자국민들은 즉시 철수하라는 권고였습니다. 그러나 선교사는 주님이 보내신 땅을 축복하는 것이 소임이기에, 그리고 그 백성과 함께하는 것이 마땅히 할 일이기에 아내는 B국에, 저는 C국 난민 마을에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땅에 우리의 모든 것을 바치려 합니다. 그게 저희들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낮은 자들과 함께한 그분의 발길을 묵묵히 따르려 합니다. 이 기회를 통해 복음이 더 전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리더들이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분의 이끄심 안에서 우리 교인들과 믿음의 형제자매들, 스텝들에게 하나님을 보여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분만이 우리의 소망, 피난처이심을 고백하며 오늘도 난민 마을을 향해 나아갑니다.

 

C국에서 김화평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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